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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 마음가짐 (곽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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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보기 : https://brunch.co.kr/@hyesoooul26/17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 마음가짐

 

 우리는 모든 일을 대할 때, 마음의 방향을 정한다. 가까운 사적관계부터 일적인 관계, 그리고 더 큰 사회 시스템 안에서의 '나'라는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그 모든 각각의 위치마다 마음의 모드(mode)가 다르다. 어제 저녁에는 친구와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거침없이 마음의 빗장을 열었으며, 오늘 회사에서는 새롭게 들어가는 프로젝트로 긴장을 한 채 지하철에 올라탔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는 운이 좋아 빈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한 할머니가 서 계셨지만 굳이 다가가 자리를 양보하기엔 애매한 거리였기에 더 가까이에 있는 다른 누군가가 양보할 거라는 생각에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 평범하다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의 변화는 고작 반나절의 시간이지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바뀐다. 친구에게는 꾸밈없이 다가가지만 회사에서는 항상 긴장하고, 사회의 시민으로서는 약자의 배려를 곧바로 이행하지는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 이 일상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순간, 이 사람은 자신의 '마음가짐'을 점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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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unsplash)


 친구에게 그동안 눌러 놓았던 말들을 다 꺼내놓으니 그 친구가 되려 꺼려하거나 동감하지 못하는 순간을 포착할 수도 있고,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긴장감이 되려 일의 실수를 불러일으키기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하지 않은 일이 계속 마음에 걸릴 수도 있다. 문제를 알아차린 날 그 하루를 다시 복기한다. 자책과 부끄러움이 온 몸을 휘감는다. 이 때 대다수가 진정으로 문제의 본질을 찾기 보다는 다시 마인드셋을 한다.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내 이야기를 하는 건 조금 자제해야지. 조금은 긴장을 풀어야지. 그렇게 스스로 다짐을 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방향키를 잡은 조타수처럼 힘차게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다시 반복되는 실수들은 조금은 용서가 된다. 재설정한 마음가짐은 좀 더 옳고 나은 방향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마음가짐은 이렇게 방어기제로 작동하며 다시 나의 삶을 지켜준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말의 함정



 하지만 문제는 '나'라는 개인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닥쳐오는 모든 일이 나로부터 파생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무지함에서 비롯된 혹독한 마음가짐은 되려 나를 태우는 가스라이팅이 될 수 있다. 

 어느 시대든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때는 없었겠지만, 요즘의 '마음가짐'은 특히 청년들에게 요구되는 경향을 보인다. 청년들은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는 자세를 지니는 것을 기본 소양으로 인식한다. 이 과정의 목표는 바로 '성공'적인 삶이고, 이 목표를 위해서는 채찍질을 동반한 쉼없는 삶이 요구된다. 즉, 부지런하고 계획적인 '갓생'을 사는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대표적인 갓생의 일과를 살펴보자. 새벽같이 일어나 런데이와 같은 운동을 하고 일찍 출근을 해서 영어공부를 한다. 학생은 학교에 성실히 나가며, 틈틈이 과제, 혹은 개인 공부도 병행한다. 그렇게 일과를 마치면 친구들과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야하고 혹은 대외활동, 주기적인 모임과 같은 외부활동도 소화해낸다. 이들은 이렇게 사는 것이 체질에 맞아서 하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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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예스 24)


 앤 헬렌 피터슨이 쓴 <요즘 애들>에서는 단호히 이 '갓생'을 지향하는 청년-밀레니얼-세대 대다수가 번아웃을 경험한다고 말하며, 그 어두운 이면에 주목한다. 이 밀레니얼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의 문제점을 짚으며 이 지향성이 세대의 내부적 혹은 유전적 특성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외부적 요인에는 기성세대 시절과는 다른 경기 침체, 일자리 문제, 공고해져가는 자본 계급 등이 있다. 이 현상은 가시적이지 않고 복잡해서 밀레니얼의 휴식 없는 삶의 탓을 외부상황으로 쉽게 돌리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왜 밀레니얼이 실패한 삶의 원인을 쉽게 자신의 내부에서 찾는지 설명한다. 이 청년세대의 어려움이 기성세대에게 큰 공감을 얻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통해 이 해석은 설득력을 얻는다.

 문제는 그저 '번아웃'이라는 병리적 증상이 아니다. 이 번아웃이 정신적인 죽음 혹은 실제적인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청년들을 내몬다는 사실이 심각한 문제다.

 더 나아가 이 사실을 인지했다고 해도 우리는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늘 하루 잠시 휴식을 취한 것만으로도 뒤쳐져있는 생각을 지울 수 없으며, 유튜브에서는 또 '갓생'을 수많은 또래들을 볼 수 있다. 결국 온전한 휴식의 의미를 이해하는 청년은 정말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나’라는 작지만 가장 중요한 세계 지켜내기


 그럼에도 '마음가짐'을 그저 채찍질의 용도로만 인식하고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불행한 삶을 야기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마음가짐은 자신의 방어기제이므로, 나의 삶을 안온하게 지켜내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밀레니얼들이 이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기에 휴식, 마음 건강에 대한 많은 의견들과 자료들이 생산되고 공유되고 있다. 좋은 휴식이 어떤 것인지 연구하고, 도망치는 것이 비겁한 일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신체적인 건강만이 아닌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는 주장들이 이제 많은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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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얻은 "괜찮아" 시▲출처 : 예스 24)


이 거대한 사회의 억압을 그대로 맞설 수 없다면, 일단 '나'라는 작지만 가장 중요한 세계를 지키는 것이 가장우선적인 임무가되어야 한다. 마인드셋, 마음가짐을 다시 가져보자. '성공'이 아닌 '행복'한 삶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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