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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나홀로 세상 속 소외된 2030 고립·은둔청년, "해답은 연결"_조이 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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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349회 작성일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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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의 ‘평정심’ 中)

“방문을 여니 침대 위에 슬픔이 누워있어

그 곁에 나도 자리를 펴네

오늘 하루 어땠냐는 너의 물음에

대답할 새 없이 꿈으로”


[나루호=서울/이영은] “나홀로 세상 속 소외된 2030 고립·은둔청년, ”해답은 연결"”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약 13만 명의 2030 청년들이 6개월 이상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중 대다수가 취업난과 심리적 어려움을 은둔 생활의 계기로 꼽았다는 것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청년 세대의 정서적 고립 수치는 물질만능주의와 성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부작용을 의미한다. 더 높은 목표를 꿈꿀수록 필연적으로 실패의 순간은 늘어나고, 이를 반복적으로 경험한 개인은 성취감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정신적 탈진을 겪게 된다. 정신적 탈진의 장기화는 곧 바깥 세상과의 차단을 야기하고, 끝없는 무기력함으로 개인을 몰아넣는다.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가라앉아 사회집단에서 이탈하는 청년들을 다시금 일으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10일, 나루호는 서울시 용산구에 거주중인 박성진(가명)씨를 만났다. 오랜 기간 마음 속 동굴에서 시간을 보낸 성진씨는 세상으로 나아갈 때를 기다리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 경험의 조각을 나루호에게 기증했다. 우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꺼이 곁을 내어준 성진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아래는 성진씨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참치마요 김밥과 요거트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자주 사먹어요 ㅎㅎ


Q. 힘든 시기를 보내셨다고 들었어요, 그 당시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새부모 밑에서 기본적인 걸 박탈당하며 성장했어요. 잦은 가정폭력, 성폭력, 방임 등을 겪었습니다. 이후 탈가정해 14년차 지속했고, 은둔고립생활 3년을 지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혼자 있었을 때입니다. 크나큰 일이 닥쳤을 때나 작고 소소한 일을 나눌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 때 힘들었어요. 갑작스런 큰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응급실에 혼자와서 보호자 서류 작성을 혼자한 건 저뿐이었더랬죠 ㅎㅎ. 또는 커피 5천원 쿠폰 이벤트 당첨같은 작고 소소한 기쁨, 귀엽고 아름다운 동물이나 풍경을 봤을 때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는데 혼자였다는 점이 힘들었어요. 

내가 힘든 상황에 처한 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는데, 내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너는 누린 것도 많은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말할 때 마음이 아팠어요. 그 사람은 내 또래라면 보편적으로 누리는 것들이라 나도 누렸을 것이라 당연하게 추측하고 생각한 것이죠. 저는 보통 가정에서 자라며 누렸을 것들을 누리지 못한 채로 성장했어요. 고등학생 될 쯤, 알았어요. 우리집은 좀 다르다는 걸. 생일 선물, 축하, 어린이날 선물 크리스마스, 용돈 등 받아본 적 없어요. 


Q. 당시 가장 힘드셨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게 느낀 것입니다. 


Q. 극복하게 된 계기 혹은 일화를 말씀해주세요.

좋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주민센터 주무관님과 어머니회(?) 에서 오신 집 청소 도와주신 분들, 심리 상담 선생님들, 일터에서 날 믿어주신 분들에게 정말 큰 감사드려요.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이제는 그만 아파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 약물 치료도 큰 도움이 됐어요. 직장을 다니고 연인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놀러다니는 지금도 약은 잘 챙겨먹고 있습니다. 수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추세예요. 


Q. 은둔청년시기를 극복하신 지금, 당시 느꼈던 우울감의 원인이 무엇인 것 같으신가요?

가정불화, 그리고 성장과정에서 겪은 끔찍한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과정에서 주변에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이 없기도 했고, 내가 어떠한 상태인지 인지하지 못한 것도,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도 우울감이 지속됐던 원인인 것 같습니다. 


Q. 혹시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이라는 정책이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이란, 우울감, 취업 애로 등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맞춤형 일대일 전문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해 회복을 돕는 정책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저는 청년지원정보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라 알게 됐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도 잘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로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Q. 해당 정책이 더 많은 은둔청년에게 닿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인터뷰도 마찬가지고 사회전반적으로 은둔 청년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작은 여러 움직임들이 늘어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에게 바라는 실질적인 고립∙은둔청년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연결이요. 연결입니다.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필요해요. 고립청년 간의 네트워킹이라든지 미션을 주고 동네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러한 고립청년 지원 사업들을 온라인게임이나 인터넷커뮤니티에 광고를 했으면 좋겠어요. 집에 있으면 오랜시간을 게임이나 커뮤니티만 보거든요. 


Q. 주변의 고립·은둔청년 사례들을 여쭤봐도 될까요?

주변에 고립청년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을 보면 방임,성폭행,가정폭력 등을 당한 사례들이 있어요.


Q.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는 2030 청년분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눈물 자욱은 아주 희미해 알아채기 어렵겠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더 많은 안부를 물으며 허전한 뒷모습을 어루만질 줄 아는 인간상을 그려내야 한다. 북적이는 사회 속 고독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손길과 더 잦은 관심으로 평안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숱한 아픔을 딛고 세상으로 나온 성진씨는 고립∙은둔을 해결할 방안으로 ‘연결’을 제안했다. 사회란 여러 개인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라지만, 개개인이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 결국 교류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로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해 우리는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에게 연결은 곧 생존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 막 사회에 들어서 앞날을 선택할 기로에 놓인 2030 청년들이 세상과의 차단에 무너져 문을 닫지 않도록, 그들 간의 상호작용 혹은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꾸만 바깥 현실과의 연결성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통해 적극 관리하고, 고립∙은둔청년들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준다면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운명공동체로서 성진씨와 같은 은둔 청년들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 당연한 따스한 사회가 오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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