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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나를 살린 설거지 (부제: 순간에 속지 않는 법)_도요 문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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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129회 작성일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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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김영하는 자신의 무명 시절을 떠올리며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젊은이들 다 그런 구간 있잖아요. 친구들 모임에 못 나가는 구간. (...) 인생에서 고마웠던 사람들이 ‘기다려준 사람들’이에요. 뭘 구체적으로 도와준 사람들이 아니고 ‘쟤가 뭘 알아서 하겠지’ 하고 기다려준 사람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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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무명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 김영하 (출처:KBS2 대화의 희열2)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5∼12월 동안 시행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로 응답자 45.5%는 ‘실직 또는 취업에 어려움’이라고 응답했다. 출처 : 투데이신문(https://www.ntoday.co.kr)
 즉, 고립·은둔 청년의 가장 주된 이유는 과업의 실패인 것이다. 
 하지만 지망생의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고립과 실패는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3년간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었던 적이 있다. 삶 속에서 타인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생겨나기 마련이고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자신을 설명하지 못한 채 그저 숨기기에 급급했다. 내가 원하는 걸 어느 정도 성취했을 때에 나는 세상에 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지만 그게 최선이었다 할지라도 당시의 내가 괜찮았던 건 아니다. 설령 원하는 걸 얻기 위한 과정이라 할지라도 우울감은 당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립 청년들에게는 과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순간의 우울감을 극복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내가 우울감에 잠식됐을 때 도움이 됐던 건 다름 아닌 설거지다. 나는 이 방법을 가수 아이유로부터 얻었다. 아이유는 기분이 안좋을 땐 어떻게 하냐는 팬의 질문에 빨리 몸을 움직인다고 답했다. 집 안을 돌아다니거나 설거지를 하는 등 우울한 기분이 들 때에 그 기분에 속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이 기분 절대 영원하지 않고 5분안에 내가 바꿀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인다고 한다. 나는 이 조언을 듣고 우울한 기분에 잡아먹히는 느낌이 들면 곧바로 설거지를 한다. 간단한 집안일이지만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기 때문에 무기력함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 청결해진 환경 덕분에 기분 전환도 되며 음식을 해먹기도 좋아 배달음식의 굴레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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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분 전환 방법을 설명하는 가수 아이유
(출처: 이담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또 다른 방법은 라디오다. 라디오는 내가 고립되어있다는 느낌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립은 어떤 순간에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를 들으면 같은 순간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들이 활동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버티기 힘든 순간은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고립·은둔 청년을 취약 계층으로 정의한 건 그들에겐 그런 순간이 더 자주, 오래 오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 시기는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무색할 만큼 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 있어 불안정하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시기이기에 불완전한 시기이다. 하지만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아직 무언가가 되지 않았다는 말은 반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긴 삶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침체의 순간이 찾아왔다면 그 순간을 안전하게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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