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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계속 해보겠습니다_도요 문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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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226회 작성일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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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까지 나는 실용무용을 전공하려 했다. 하지만 예고 입시 중 만성 아킬레스건 염증 판정을 받게 됐고 꿈을 포기하게 됐다. 당시의 나는 우울감에 집에만 있었는데 그때 책을 읽으면서 위안을 많이 받았고 자연스럽게 창작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방송부 아나운서로 활동을 하게 됐고 라디오 방송과 영상 제작에 매료되어 자연스럽게 PD라는 꿈이 생겼다. 


 이런 내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진학한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심지어 나는 성적에 맞춰 경영학과로 입학할 때부터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로 전과를 계획했고 경영학과 수업을 한 번도 듣지 않은 채 전과했다.  


 역시나 좋아하는 걸 하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내가 즐겁자고 한 일에 인정이 더해지는 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지난 학기에 수강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은 오로지 제작물로 평가받는 수업이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과제로 대체하고 이 과제를 공모전에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첫 번째 과제는 신한은행 29초 영화제에 출품할 영화를 만드는 과제였다. 각자 시놉시스를 써오고 그중 베스트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내 시놉시스가 채택이 되어 감독을 맡게 되었다. 캐스팅도 팀원 중 한 명이 연기를 전공하는 지인이 있어 수월하게 할 수 있었고 촬영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편집은 쉽지 않았다. 단순히 컷 편집만 요구되는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9초안에 의도했던 바를 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이 초과되고 기획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또 어떤 컷을 넣는 것에 대한 의견이 달라 팀원들끼리 충돌이 있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모든 걸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던 내가 협력했을 때 더 좋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끝내 만족할만한 영상을 만들 수 있었고 전체 1등을 차지했다. 교수님께서 영상을 후배들에게 예제로 써도 되냐고 물어보셨을 때 내가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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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때는 팟캐스트를 제작했다. 과거에 방영했던 애니메이션인 아따맘마를 성인이 돼서 찾아보는 대학생들의 이야기와 달라진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이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이웃과 교류하는 아따맘마 속 인물들과 달리 파편화 되고 소외된 현대사회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또한 과거의 만화를 추억할 수 있는 우리 세대와 달리 수익화가 수월한 영유아나 성인을 타기팅 해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흐름 탓에 영유아와 성인의 중간세대가 볼 수 있는 만화가 사라져, 지금 만화를 보는 아이들이 훗날 과거의 만화를 다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영상매체와 다르게 오디오 매체는 대화 중 예상치 못한 인사이트가 도출되기도 하고 청자로부터 일상적이고도 직접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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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어떤 플랫폼이 될 진 모르겠지만 미디어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확고하게 있다. 누군가는 전공과 꿈이 부합하는 나를 보며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어서 부럽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방송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한 나지만 그렇다고 방송업의 모든 부분을 사랑하는 건 아니다. 바늘구멍 뚫기의 공채와 열정페이, 개선되지 않는 노동환경을 보면서 이 길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좋아하지 않는 것도 감내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니체가 삶의 허무함을 예술로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듯 작품으로서 무언가를 표현할 때 내 삶은 운영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라서 어쩌면 그다지 행운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조차 감내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는 건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이게 불운이든 행운이든 살아가기 위해서 계속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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