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공과 진로의 상관관계_로티 김성희 > 청년 웹진(기자단)

 내 전공은 불어불문학이다. 내 전공을 밝히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에는 ‘프랑스어 할 줄 알아?’, 혹은 ‘프랑스 가봤어?’ 등이 있다. 아쉽게도 나는 프랑스어를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 배웠고, 아직 프랑스는커녕 유럽에도 가본 경험이 없다. 이런 내가 내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무언가를 머리로 생각하고 계산으로 답을 내리는 것보다 마음으로 생각하고 글로 풀어내는 활동에 애정이 갔고 스스로도 잘 해낸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 전공을 정할 때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사회과학과 인문학 전반적으로 관심이 많았지만 그 중 내 전공으로 뭘 할지에 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다른 어떠한 것보다 공부가 제 1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내 전공과 진로에 대해서 깊고 진지하게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실제로 원서를 써야할 시기가 왔을 때에는 사회 문제 탐구에 대한 흥미로 사회학과와 언어 공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문 계열 중 하나인 불어불문학과를 섞어서 수시 원서를 썼다. 그렇게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단한 목적 의식 없이 들어온 학과였지만 전공 수업은 다행히도 나와 잘 맞았다. 하지만 내가 불어불문학과에 들어와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것은 단순한 문학 및 어학 지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을 비추는 하나의 프랑스라는 거울을 활용하는 능력이다. 한국과는 또 다른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프랑스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사고를 넓힐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엔, 유네스코 등의 여러 국제 기구에서 공식어로 사용된다는 프랑스어의 언어적 특징은 나에게 또 다른 매력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다면, 내 전공과 진로의 인과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때 진로 고민으로 막막하던 시기에 교수님과의 면담에서 ‘우리 과를 졸업하면 주로 무엇이 되나요?’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선배들의 진로 현황에는 사기업, 언론인, 교직, 전문직 등 하나로 묶어 설명하기 힘든 여러 가지 직업들이 있었다. 한 마디로 우리 과는 전공이 진로로 직결되는 과는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비단 우리 과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전공, 특히 인문 계열 전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전공과 진로 간의 관계는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 관계의 형태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두 변수의 상관 관계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상관 관계란 두 변수 간의 관계의 강도를 의미한다. 즉,어떠한 사람에게는 전공과 진로의 관계의 강도가 강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약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전공 선택이 진로를 결정짓지는 않더라도, 그 사람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어떠한 방향으로든 기능한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프랑스어를 직접적으로 활용하거나 문학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게 될 가능성은 낮지만 불어불문학과 전공 공부는 내 커리어에 있어 분명 하나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나에게 찾아올 새로운 기회와 도전들이 있을 것이며, 전공 수업 중 읽었던 수많은 프랑스 문학들이 내가 마주할 고민들에 있어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또 불어불문학과에 속해 있기 때문에 프랑스로 떠나게 될 교환학생은 내 대학생활과 20대에 있어서 하나의 분기점이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신의 꿈과 이상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직업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허상이지만, 전공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어떠한 강도로든 자신에게 스며들게 된다. 전공 선택을 고민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충분한 고민을 가지고 전공을 선택하되 전공만이 자신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고, 전공을 이미 선택한 대학생들에게는 전공을 조금이라도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서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말을, 감히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