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용서 없는 사회 (임여익) > 청년 웹진(기자단)

본문 바로가기

청년 웹진(기자단)

[10월] 용서 없는 사회 (임여익)

페이지 정보

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236회 작성일 2022-11-29

본문

fb89858941e020a0e6ab6714c239763e_1669081679_3186.png

원본 : https://blog.naver.com/yuiiiiik/222905924941


들어가면서


얼마 전,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 를 다시 보았다. 복수는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주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만 때론 새로운 비극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복수가 어렵다면 선택지는 용서밖에 없는 것일까. 하지만 용서는 더 어려워 보인다. 


위의 세 영화에서 복수와 용서는 실로 엄청난 의미와 무게를 지닌 행위처럼 보이지만, 사실 용서와 복수는 매우 일상적인 행위다. 얼마전 내 생일을 잊고 지나간 친구의 생일이 다가왔다고 해보자. '내가 먼저 생일 축하를 해줄까, 아니면 나도 똑같이 잊은 척 지나갈까' 고민될 것이다. 용서와 복수는 한 끗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순간 용서와 복수 사이의 갈림길에 서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두 행위가 우리 삶에서 지닌 의미는 무엇인지, 또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고 있는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fb89858941e020a0e6ab6714c239763e_1669081964_4802.jpg
'복수'와 '용서'는 문학부터 영화, 드라마, 노래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소재로 쓰이곤 한다. 


용서란 무엇일까


용서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우리가 보통 용서를 어렵다고 여기는 이유는 용서가 타인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서는 그것을 받는 자 뿐만 아니라 행하는 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용서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행위의 결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즉, 용서는 너와 나 모두를 위한 해방이다. 그럼에도 용서가 어려운 까닭은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fb89858941e020a0e6ab6714c239763e_1669082010_0658.jpg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복수,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유희가 되다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 용서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타인의 잘못에 즉각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응하지 않으면 잘못을 당한 사람이 오히려 ‘고구마’(답답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시작된 비난은 잘못한 행위보다도 행위자 자체를 향한 것으로 쉽게 옮겨간다. 또, 누군가의 잘못 하나가 드러나면 그 사람의 과거 행적까지 모조리 들춰지며 ‘이럴 줄 알았어’가 된다. 심지어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잘못에는 비교적 관대하고 타인의 잘못에는 인색한 경향을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꼭 자신이 당한 일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 없는 타인의 잘못마저 단죄하려고 든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자주 일어나는 연예인들의 과거사 논란을 떠올려보자. 연예인의 잘못된 발언 혹은 행동 하나가 불씨가 되어 종국에 여론은 그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매장’으로 귀결된다. 어느새 잘못 자체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실종되고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물고 뜯는 재미만 남아있다. 우리가 잘 아는 누군가의 추락을 즐기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고, 지루한 일상에서 사람들의 새로운 유희의 방식이 되었다.


용서 없는 사회에는 혐오만 남는다

그 대상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 온라인상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올리면, 사람들은 그 상황을 목격한 것도 아닌데 이미 가해자를 매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심지어는 신상을 털기도 한다. 이른바 ‘사이다’ 복수에 열광하는 사회다. 이러한 무관용의 태도가 강해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보다는 배척의 감정이 심화 될 수밖에 없다. 또, 한사람에 대한 단죄와 응징이 끝나고 나면 바로 다른 타깃에 대한 물색이 시작되는데,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마치 눈에 불을 켜고 서로의 잘못을 감시하는 현대판 판옵티콘을 만들어낸다. 


fb89858941e020a0e6ab6714c239763e_1669082048_6578.jpeg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판옵티콘 이미지)


용서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


성경에서 ‘용서’라고 번역되는 그리스어는 원래 ‘떠나가게 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용서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과거로부터 스스로를 떠나가게 하는 것인 셈이다. 타인의 잘못에 매달리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과거에 가두는 것과도 같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시인 김수영이 말했던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지나치게 조그마한 일에 얽매여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e7a4f00c2548dee924855561bf327ae0_1669680328_8598.jpg


 



마포청년 나루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13, 3~4층 (우)04027 02.6261.1939 02.6261.1941 mpnaroo@naver.com
© Mapo Naroo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