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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상상력이 가져온 전환-테드 창의 <숨> (곽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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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233회 작성일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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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 https://brunch.co.kr/@hyesoooul26/19


언제나 인간이 이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여기는 이야기가 아닌  그저 한낱의 먼지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소설들을 보면 당황스럽다가도 즐거워진다. 인간에게 그렇게 무거운 존재감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걸 점점 깨달아가고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이끌고 온 세상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인간 위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연장된 미래를 꿈꿀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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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테드 창의 소설「숨(Exhailation)」_알라딘


 테드 창의 「숨(Exhailation)」은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쓰인 글이 아닐까 짐작한다.「숨」은 인간의 본질을 찾아 집요하게 내부로 파고들지만 오히려 본질은 그 외부에 존재한다는 반전을 보여준다. 인간은 외부 환경에 둘러싸여있는게 아니라 ‘속해’있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이 반전을 위해 작가는 인간을 피와 살이 아니라 금속 부품들로 조립된 사이보그로 표현한다. 금속부품으로 이뤄진 인간은 마치 생명력을 잃은 듯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인간 존재가 아닌 것만 같다. 하지만 피와 살로 이루어진 신체가 인간의 핵심일까? 소설은 스스럼없이 자기 해부라는 상상으로 핵심을 찾아나선다. 

 자기 해부의 작업을 수행하는 주인공은 몸의 핵심을 ‘기억’, 즉 의식의 영역이라 생각하고 이를 담당하는 부분으로 다가간다. 깊숙이 내부를 살피기 위해 각 부품들을 연결하고 있는 관을 길이가 더 긴 관으로 대체해 바깥으로 이동시키는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안이 밖으로 나온 인간”이 된다. 이와 함께 우리의 몸은 어떤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실제 인간의 몸으로 치환해 생각했을 때, 신경의 대체품을 찾아 그 자리에 갈아 끼워 몸의 형태를 달리한다 하더라도 이를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즉, 이 기괴한 장면은 생물학적인 신체 요소는 인간의 핵심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주인공이 찾는 가장 고도의 인지 기능인 기억은 기계로 흉내낼 수 없는 사고능력이긴 하다. 하지만 주인공이 섬세하고 집요한 작업 끝에 발견한 것은 내재된 인지 관련 엔진이 아니었다. 일정한 공기의 흐름, 기압에 의해 금박 조각들이 움직이며 의식이 우리에게 인지되고, 기록된다는 사실이었다.


 공기의 흐름, 즉 외부의 자연이 우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이 사고의 전환은 매우 과감한 전환이고 전위적이지만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뒷통수가 얼얼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집중해왔던 것은 인간의 내부였다. 하지만 인간도 고작 우주의 한 부분이며, 외부환경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공기의 흐름이 우리의 근간이라는 상상이 전혀 터무니 없이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이를 단순히 ‘영향’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모든 것들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힘들은 인간의 감각을 외부와 연결시키고 연관시켜 거대한 우주의 균형안에 위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균형이 깨지면 그 요소는 사라진다. 소설은 이 균형의 깨짐을 기압의 변화라는 위기로 표현한다. 즉, 현재의 인간이 초래한 위험에 대한 것이다. 균형을 깬 인간은 자연에 어울리지 못하고 사라질 터였다. 이를 모면할 힘이 우리 내부에 있을까? 원인을 알았으니 이성, 혹은 상상력을 활용하여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 소설이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방식의 ‘살아있음’을 이야기한다. 상상은 더욱 커져서 다른 가상의 존재들이 우리의 기록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그들을 통해 살아있게”된다. 모든 존재들이 공유하는 공기의 흐름은 기억의 공유의 가능성을 가진다. 나의 존재가 저 너머의 존재와 연결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상상이 인류 공동체의 존속을 놓지 않는 것만 같아 다시금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그럼 인간은 기억될 때 존재하는 걸까. 이 잊혀지지 않으려는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저 한 순간에 머물다 간 것으로만 만족할 수는 없을까. 이 서로 꼬리무는 질문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걷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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