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멈춤의 미학(최재헌) > 청년 웹진(기자단)

본문 바로가기

청년 웹진(기자단)

[4월]멈춤의 미학(최재헌)

페이지 정보

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763회 작성일 2021-05-04

본문

2189ab7ed772dc89036b26bd7aa760aa_1620106164_2214.jpg



원문 보러가기 : https://blog.naver.com/chsn12/222326166182


요즘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내 집 마련, 알바, 학점 등등 많겠지만 단연코 가장 큰 고민은 진로, 취업 문제일 것이다. 역대 최악의 취업난으로 꿈을 포기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지 확립하지 못한 채 주변 친구들이 하고 있으니까, 부모님이 강요하시니까 등의 이유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지내는 청년들을 볼 수 있다. 물론 각자 다양한 사정이 있고,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랬었고, 본인이 원하는 걸 찾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기에 더욱 일반 대학생의 입장에서 나의 거창하지 않은 시행착오를 들려주고 싶다.

 

주변에서 다 준비하니까

 

 

주전공이 행정학인 탓에 동기들의 거의 대부분은 공무원, 공기업, 로스쿨을 준비한다. 학교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학풍 상 전문직 자격증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 주변 선배들, 동기들이 다 준비하니까 본인도 일단 그 대열에 합류하고 보려는 친구들도 있었고 나도 그런 학생 중 한 명이었다. 부모님도 공무원이신지라 '공무원이 되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은 어렸을 적부터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정말 내가 가슴 뛰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한 채 수험생활에 진입했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수험 생활 1년 반이 넘어가던 시점, 문득 수험 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런 생활을 하고 있지?', '시험에 붙는다고 해도 기쁘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공부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가 나아가고 있는 목표에 대한 내적 의지는 거의 바닥나고 있었고, 하루에 14시간~16시간씩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일상은 너무나도 괴로웠다. 밖을 돌아다니고 사람 만나는 걸 너무나 좋아하던 내가 이러한 상황에 놓이니 우울함은 극에 달했고, 정신과 육체적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싶어 결국 16개월 만에 과감히 포기했다.

 

“6개월의 멈춤

 

 

20년 하반기는 나에게 멈춰있던 6개월이었다. 수험 생활한다고 휴학은 했는데 포기했으니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나는 이 시간을 온전히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으로 보내고자 마음먹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를 정말 가슴 뛰게 하는 일'에 대해서 깊게 고민했다. 가족과 주변 지인들을 만나 나에게 어떤 직업이 어울리는지도 물어보고, 학교 취업진로지원센터를 통한 흥미, 적성검사는 물론 진로 컨설턴트 분과의 상담도 진행하며 점차 길을 좁혀갔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2018년 학교 총학생회에서 기획 국장을 맡아 학교 축제, 농촌 봉사활동, 체전, 각종 행사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하고 진행한 경험이 문득 떠올랐다. 머릿속에 있었던 생각을 현실에 표현하고, 그 행사들을 진심으로 즐기는 학우들을 보며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만들어낸 것들이 일상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큰 재미와 추억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PD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영상을 다뤄본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과감히 진입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재미와 감동'를 매개로 하여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PD 보다, '사회적 가치, 정의'를 매개로 하여 사람들에게 도움과 즐거움을 주는 기자 직군에 더 매력을 느꼈다. 영상촬영이나 편집보다 글 쓰는 경험이 더 많았고 글쓰기에도 자신 있었기 때문에 기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진로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영화 '스포트라이트'였다. 보스턴 일간지에서 일하는 스포트라이트 팀(특종 팀) 기자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였는데, 교황청이라는 거대 집단에 대항하여 꾸준한 외압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맞서 싸우는 기자들의 모습에 매료되고 말았다. 이후 기자 선배들을 만나 기자 생활은 어떤지,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조언을 들으면서 언론인을 향한 길을 걸어 나가고 있다. 행사 기획도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고, 영화도 기대 없이 봤었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진로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힘들 때 쉬어가고, 젊을 때 도전하자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힘들 때는 쉬어가도 좋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어려운 사회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정작 뒤를 돌아볼 시간은 없다. 미래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멈춘 자리에 앉아서 내가 누구인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깊게 고민해 보는 자세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하루라도 젊을 때 도전해보라고, 우린 아직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꼭 전해주고 싶다.

비록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대외활동이나 동아리활동을 했을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인생에 있어서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멈춘 6개월이 없었다면 행복한 나는 온데간데없고, 우울함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버려진 자아만 남았을 것이다. 덕분에 바쁘더라도 매일 행복하고 뿌듯한 새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마포청년 나루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13, 3~4층 (우)04027 02.6261.1939 02.6261.1941 mpnaroo@naver.com
© Mapo Naroo All Rights Reserved.